




지난 주말, 마음이 답답해져 충동적으로 배낭 하나 짊어지고 공주로 떠났습니다. 목적지는 오래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신원사(新元寺). 계룡산 자락 아래, 천년의 숨결을 간직한 이 고찰은 생각보다 더 깊고 고요한 시간을 품고 있었습니다.
백제의 끝자락, 그리고 새로운 시작
신원사는 백제 의자왕 때 처음 창건된 유서 깊은 사찰입니다. 백제의 마지막을 상징하는 왕인 의자왕이 남긴 흔적이라 그런지, 사찰 곳곳엔 어딘가 묵직한 기운이 흐릅니다. ‘새로운 시작’이라는 뜻의 ‘신원(新元)’이라는 이름처럼, 무너짐 속에서도 다시 일어서려는 의지가 느껴지는 장소였어요.





계룡산의 기운을 담은 사찰
신원사가 특별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계룡산의 정기를 고스란히 품고 있기 때문이에요. 계룡산은 예부터 신령스러운 산으로 알려져 있었고, 조선 건국에도 깊은 영향을 끼친 산이죠. 실제로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하기 전, 이곳 신원사에 머물며 나라의 기틀을 다졌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기도 해요.
그 때문인지 신원사에는 조선 태조 이성계의 흔적이 담긴 복원 건축물이 남아 있었는데, 흥미롭게도 명성황후가 그 건물을 다시 복원하면서 이어진 인연이 있다고 합니다. 오랜 시간 동안 나라의 흥망과 함께했던 사찰이기에, 그 자체로도 역사책을 걷는 듯한 기분이 들었어요.






천도제가 이어지는 공주의 대표 사찰
신원사는 단지 오래된 사찰이 아닙니다. 현재까지도 **천도제(薦度祭)**가 열리는 살아 숨 쉬는 사찰이에요. 천도제는 망자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불교 의식인데, 지역 주민들과 스님들이 함께 참여해 조상과 망자들의 넋을 달래는 중요한 행사입니다. 그만큼 신원사는 공주 지역 불교 문화의 중심지로 자리잡고 있죠.





혼자였기에 더 깊었던 시간
사람 없는 이른 아침, 잔잔한 풍경 속을 걷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됐습니다. 종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고요한 법당 앞에 앉아 눈을 감으면 바쁜 일상 속에서 놓쳐버린 나 자신을 다시 마주하게 되더군요.
나홀로 떠난 여행이었지만, 어쩌면 혼자였기에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여행 정보 Tip
- 📍 위치: 충청남도 공주시 반포면
- 🚶♀️ 대중교통보단 자가용 이동을 추천 (신원사 입구에 주차장이 있음)
- 📸 사진 스팟: 법당 앞 마당, 석탑 옆 계단길, 후문 소나무숲
바쁜 도시의 일상에 지쳤다면, 한 번쯤은 혼자만의 조용한 여행을 떠나보세요. 그리고 그 길 위에서, 신원사처럼 시간을 품은 장소를 만나보시길 바랍니다.
https://kko.kakao.com/UQsThSDdf_
신원사
충남 공주시 계룡면 신원사동길 1
map.kakao.com
https://www.youtube.com/@%EC%8B%A0%EC%9B%90%EC%82%ACTV-%EC%82%B0%EC%82%AC%EC%95%A0%EB%A7%9B
신원사TV-산사애맛
신원사의 이모저모/산에 사는 맛 / 산사에서 먹는 맛 산에 사는 소소한 일상을 공유하고 싶어 만든 채널입니다. 그대로를 편안하게 보시길 바랍니다.
www.youtub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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