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스타3] 골프 여제, 그리고 사람 박세리 – 초록빛 페어웨이 너머의 이야기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1998년, 눈부신 햇살 아래 미국 위스콘신주에서 열린 US 여자 오픈.
온몸을 적신 비에 질척한 페어웨이, 그 끝에 맨발의 한 여인이 있었습니다.
신발을 벗고, 바지를 걷고, 진흙탕 속 공을 향해 묵묵히 다가가던 스무 살 소녀.
바로, 박세리였습니다.
그 한 장면은 단순한 스포츠의 장면을 넘어,
IMF라는 짙은 그림자 속에 주저앉았던 한 나라의 사람들에게
‘우리는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준 기적의 순간이었죠.
그 맨발은 어쩌면 온 국민이 함께 딛고 일어설 용기의 발자국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챔피언의 외로움
수많은 우승 트로피와 함께 박세리는 세계적인 골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하지만 빛나는 만큼 그늘도 짙었죠.
승부의 세계에서 늘 자신과 싸워야 했고,
해외에서 홀로 쌓아야 했던 외로움은 결코 가볍지 않았습니다.
“너무 외로워서, 골프채를 놓고 싶었던 순간도 많았어요.”
그녀가 훗날 한 인터뷰에서 내뱉은 이 말은
강인함 뒤에 숨겨진 인간적인 고백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세리는 꿋꿋이 걸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커리어의 마지막을 스스로 내려놓으며
2016년, 고개 숙이지 않고 은퇴를 선언했습니다.







그 이후, 진짜 ‘사람’ 박세리로
은퇴 후 박세리는 인생 2막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공허함과 방황도 있었지만,
그녀는 그 시간을 ‘나’를 찾는 기회로 삼았습니다.
방송 활동을 통해 보여준 모습은 전혀 달랐습니다.
그녀는 따뜻했고, 유쾌했으며, 누구보다 인간적이었습니다.
MBC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하며 보여준 일상은
사람 냄새 나는 ‘박세리’라는 인물을 다시 보게 했죠.
비싼 와인을 즐기고, 운동에 진심이며,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평범한 여성.
그녀는 더 이상 스타가 아니라, 누군가의 언니, 이웃 같은 사람이었습니다.

다시 골프로 돌아오다
하지만 골프는 박세리를 완전히 놓아주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지도자로서, 또 멘토로서 새로운 골프 인생을 시작했습니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서는 대한민국 여자 골프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활약하며
선수들이 흔들리지 않도록 뒤에서 단단히 버텨주는 존재가 되었죠.
그리고 2023년에는 박세리 골프 아카데미를 열며
미래의 세리 키즈들을 위해 직접 발로 뛰기 시작했습니다.
그녀는 여전히 그 초록의 세계를 사랑하고,
그 사랑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합니다.






최근, 그리고 앞으로
2025년 현재, 박세리는
여전히 활발한 방송 활동과 골프 관련 사업을 병행하며
‘꿈은 계속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그녀가 얼마 전 자신의 SNS에 남긴 글이 기억에 남습니다.


“나를 만든 건 골프였지만, 나를 완성시키는 건 사람들과의 이야기입니다.”
그녀는 이제 한때의 챔피언이 아닌,
누군가의 롤모델, 조언자, 그리고 따뜻한 친구입니다.
박세리는 골프공보다 더 단단한 마음을 가진 사람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그녀를 보며 배웁니다.
인생이란, 승부가 아니라 여정이라는 것을.